북한산 차가버섯

충분한 양은 아니지만 중국이나 몽골ㆍ중앙아시아에서도 차가버섯이 발견됩니다. 그러나 이 지역들에서 나온 차가버섯은 영양분이 많이 부족합니다. 생물이 영양분을 자기 몸에 저장하는 이유는 미래에 다가올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기 위함입니다. 위의 지역에서 자라나는 차가버섯은 영양분을 자기 몸에 저장할 이유를 가지지 못하며, 그 성장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러시아에서는 몽골 북서쪽에 위치한 알타이 지역에서도 차가버섯을 채취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자작나무가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백두산자작나무를 검색하면 다음의 내용이 나옵니다.

"한국 특산종으로 량강도 대홍단지구, 두만강 유역의 고원 지대에서 자라며, 시베리아와 몽골 지역에도 퍼져 있다. 높이 2∼5미터로, 잎은 난형 또는 넓은 난형이고 가장자리는 톱니 모양이며 밑부분이 둔한 것이 다르다."

차가버섯이 자라나는 자작나무의 높이는 일반적으로 20미터 이상입니다. 백두산자작나무처럼 키가 작고 산지에서 자라나는 자작나무에서는 차가버섯이 거의 자라지 않습니다. 자작나무가 너무 튼튼해서 차가버섯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설사 자라난다고 하더라도 상업화하기에는 매우 적은 양입니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그 품질 또한 전문가의 눈으로 보기엔 안쓰럽습니다.

▲ 러시아 시베리아의 자작나무 숲, 높이가 20m 이상 자란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재 시중에서 북한산으로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차가버섯은 중앙아시아산ㆍ중국산ㆍ러시아산ㆍ몽골산 차가버섯이 중국을 통해 북한 회사의 명의를 빌리거나 북한의 항구를 거쳐 수입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유통 경로는 차가버섯뿐만 아니라 농산물 수입을 조금이라도 해본 분이시라면 모두 알고 있는 상식에 속합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와 같이 긴 유통 경로를 거쳐 한국으로 들여온 차가버섯은 이미 산화[酸化, oxidation]가 충분히 진행되어 차가버섯 본연의 영양분이 거의 없는, 이름만 차가버섯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업체 입장에서 이러한 ‘북한산 차가버섯’을 취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내 소비자의 신토불이[身土不二] 심리를 이용해 판매를 증진할 수 있고, 북한산일 경우 수입 관세를 면제받는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